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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치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불발, 왜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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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안철수 단일화와는 달랐던 다섯 가지 이유

2025년 대한민국 대선 정국이 점차 가열되고 있습니다. 특히 야권 인사로 주목받는 김문수와 이준석 간의 단일화가 끝내 성사되지 않으면서 보수 진영은 다시금 분열의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불과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과 안철수가 선거 직전 극적인 단일화를 이루며 0.73%p라는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뒀던 전례가 있어, 이번의 단일화 무산은 많은 유권자에게 아쉬움과 의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실패의 핵심 원인 5가지를 중심으로 그 배경과 함의를 분석해보겠습니다.

김문수 이준석 (출처 = 한국경제)

 

 

1. 국민의힘의 ‘공식 지원 불가’ 방침과 선거보전 문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국민의힘이 이준석 후보에 대한 선거비 보존 지원을 사실상 거부한 데 있습니다. 정치자금법상 후보 단일화를 통해 특정 인사가 사퇴할 경우, 선거법상 정당이 일정 비용을 보전받을 수 없게 됩니다. 언론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미 한덕수 후보의 선거 공보물 인쇄에만 100억 원 이상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단일화에 따른 비용 보전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정치적 셈법’보다는 재정적 한계가 먼저 고려된, 현실적인 결론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준석 후보 측이 단일화를 조건으로 내세운 공식 지원 또는 비용 보전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좌초되었습니다.

김문수 이준석 (출처 = 한경비즈니스)


2. 세대·이념 간의 간극: 2030의 이준석 vs 보수 원로 김문수

두 후보 간의 이념적 색채와 세대 인식 차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2030 세대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 보수’, ‘개혁적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며 젊은 세대의 지지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반면 김문수 전 지사는 보수 기독교와 반공 이념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통적 보수입니다.

두 사람의 정책 노선, 외교안보 시각, 심지어 표현 방식까지 확연히 달라 정책적 통합 명분이 약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로 인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누구 중심의 단일화인가”를 두고 오히려 갈등이 확대되었습니다.

대한민국 21대 대통령 선거 (사진 출처 =한국경제)

 

3. 지도부의 모호한 입장과 당내 이견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단일화를 둘러싼 입장이 일치되지 않았습니다. 당 지도부는 표면적으로는 단일화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지만, 실제로는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와의 거리 조절을 원하는 이준석계와, 정권 재창출을 지상과제로 삼는 주류 보수층 간에 시각 차가 뚜렷했기 때문에 당 전체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는 윤-안 단일화 당시와는 분명한 차이점입니다. 당시에는 ‘반문재인’이라는 명확한 구호가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단일화의 방향성과 메시지가 오히려 모호했습니다.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의 한컷 (서울경제)


4. 단일화 시점의 지연과 여론 피로도

단일화 협상의 시점 역시 너무 늦었습니다. 윤-안 단일화는 투표를 불과 며칠 앞두고 발표되어 파급력이 컸지만, 이번 김-이 단일화 협상은 선거 한 달 전부터 언론에 노출되며 오히려 여론의 피로감을 초래했습니다. 매번 협상설이 돌고, 무산설이 뒤따르면서 지지층조차 신뢰를 잃게 되었고, 언론 역시 관심을 거두는 분위기가 감지되었습니다.

이는 단일화라는 전략 자체가 ‘정치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유권자들은 감동적인 통합의 드라마를 기대했지만, 반복되는 불협화음은 오히려 ‘정치적 거래’의 냄새를 풍기게 했습니다.


5. 윤심(尹心)의 부재와 현 정부의 거리 두기 전략

윤석열 대통령의 ‘윤심’이 이번 단일화에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핵심 변수였습니다. 과거 윤-안 단일화 당시에는 비공식적으로 윤심이 안철수에게 전달되면서 대타협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윤 대통령 측이 사실상 ‘불개입 원칙’을 유지하며 이준석과 김문수 어느 쪽에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단일화는 ‘지도자의 결단’이 아닌 각 캠프의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협상으로 전락했고, 결국 정치적 감동도, 상징성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었습니다.

대선 후보 빅3(사진 출처 = 재경일보)


마무리: 단일화 실패가 남긴 교훈

김문수와 이준석의 단일화가 실패로 끝난 것은 단순히 전략 실패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보수 진영 내부의 세대, 가치, 구조적 분열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또한, 선거 전략에서 ‘정치적 감동’과 ‘국민적 공감’이 빠질 경우, 아무리 계산이 정교해도 의미 없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번 단일화 불발이 어떤 선거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하나는 분명합니다. 보수 정치의 재편 없이는 단일화라는 전략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냉정한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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